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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딸기 맥주






John Hiatt - Feels Like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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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bo - Bosco (MTV Unplug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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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키우고 싶었다.

웹상의 고양이 사진을 보며 '언제라도 데려 올 수 있어' 라고 마음 먹으며 그녀석을 데려오고자 마음 먹은 것은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1년 즈음이 된 2008년 1월의 어느 날 이었다.


처음 만난 인상은 주먹 두개만한 (그 중에 얼굴이 반) 털복숭이 꼬물이가 내가 벗어 놓은 구두 속에 들어 간 것으로 기억한다.

비슷한 또래의 형제들중 유독 이녀석만 내 주위로 왔고 사실 그렇게 이쁘지 않은 외모지만 '별 수 없군' 하면서 하지만 기쁘게 집으로 데려온 기억이 난다.

 

 

 

 

 

 

 

 

 

 

 


집에 와 풀어 놓으니 3일간 적응 기간이었나 보다.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가 없어 마음이 불안했던 적이 몇번 있었다.

그 후론 오로지 내 이불과 내 옷가지 에만  똥, 오줌을 싸데는 귀염을 토해내며 그렇게 조금씩 정이 들었나 보다.


사실 둘째(복순이)를 데려 오기전  아니 중성화 수술을 하기 전까진 매우 활발하였는데 

중성화 수술 이후 얌전하고 움직이기 귀찮아 하는 성격으로 변한 듯 하여

후회도 했고 사실 지금도 마음이 쓰인다. 

나를 원망 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내 가슴팍으로 파고 드는 이 녀석이 마냥 고맙고 삶의 위안이자 안식처였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문 앞에서 시간에 상관 없이 목 빼고 기다리고 있고 

무언가 작업을 하면 호기심 그득한 눈으로 나의 작업거리를 앞발로.. 혹은 온몸으로 

아니면 두녀석이 이렇게 콤비로...


 귀찮진 않았다. 

아니 즐거웠다. 

기뻤다. 

고마웠다.



퇴근 후 돌아오면 현관문으로 마중나와 옷을 갈아 입고 손을 씻으로 화장실로 가기 전 까지 부드러운 머리로 내 다리에 사정 없이 부비부비 하며 밥을 먹을땐

식탁 밑으로 들어와 밥먹는 모습을 지켜 보거나 비어 있는 의자에 또아리를 틀고 있거나  방으로 들어와 컴퓨터를 하면 올라와 내 가슴에 누워 있거나 

새벽에 주무시는 어머니를 꾹꾹 눌러 깨워 밥달라고 조르거나 그 후 내방으로 다시 들어와 옆에서 자거나 가만히 뒤에서 지켜 보고 있거나

내가 보는 집안의 모든 풍경과 습관이 이녀석 이었다.








2012년 크리스마스에 찍은 사진이다. 

햇살이 좋아 DSLR을 꺼내 찍어 줄까? 하는 마음이 있었으나 그렇지 못했다. 아니 귀찮았다.

귀찮았던 마음이 비수가 되어 지금 내 심장을 찌른다.. 아니 내 싸구려 감성이다.


이녀석은 귀찮음이 없었다. 

나중에 알고 난 사실은 뼈가 약하여 움직이기 힘들었던 것으로 생각 된다. 

그럼에도 나를 졸졸 따라 다녔다. 어찌보면

목숨걸고 따라다닌 것으로 생각 되니 또 한번 마음이 아파온다. 




점심을 먹고나와 산책을 하던 중 어머니 전화를 받았는데 울먹거리고 계셨다.

손이 떨려 왔다. 

시동을 걸고 집으로 가는길은 멀기만 했다. 

길은 왜이리 막히는지.. 도착해서 엘리베이터에서 수백가지 생각이 스쳤다.


이녀석 멀쩡이 일어나서 날 반겨줄꺼야







힘없이 축 쳐저 있는 몸뚱아리를 봤다.

만졌다. 따스했다. 슬펐다. 눈물이 나왔다. 후회 했다. 분노가 치밀었다. 불쌍했다. 



집에 있는 가장 큰 수건을 꺼내 이 녀석을 덮어 주었다. 

어찌 되었건 내 방에서 하루 더 재워주고 싶었다.

내가 없으면 내방에만 있는 녀석이었으니까 그게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내 모든 성의 였다. 


그정도 밖에 못해준다. 미안하다.

동물화장터를 알아봤다 김포에 위치했고 전화를 걸어 예약을 했다. 




자리에 누웠다. 

힘 없이 녀석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대답이 없다.


온 몸에 열병이 난 느낌이다. 

저녁시간이 되어 다시 불러 보았다. 

대답이 없다. 


새벽에 눈이 떠진다 

다시 불러 보았다. 

대답이 없다.







화장터에 도착하여 마지막으로 수의로 덮기 전에 사진을 찍었다.  

죽었다는 생각이 현실로 다가오며 또 눈물이 났다. 

몸은 딱딱했지만 그렇게 차갑진 않았다.



6살이다. 사람으로 치면 30대 초반 

아무래도 날 잘못 만난것 같다. 

내가 아니었으면 배는 더 살았으리라. 

미안하다. 

사랑한다. 




화장터로 들어간 50분 남짓 뼈만 남아 돌아왔다. 

곱게 부수어 유골함에 넣어 집으로 다시 데려 왔다.

도저히 허공에 날려 보낼 수 가 없었다.

아니.. 날 떠나고 싶었을까? 마지막 까지 내 욕심만 부린건가? 모르겠다. 




회사에 출근해 일 하는 척 모니터를 쳐다본다. 

눈물이 북받쳐 오른다. 

들킬까 억지로 참는다.  

서둘러 퇴근 했다. 퇴근 길 내내 이녀석 생각 뿐이다. 

집에가면.. 반겨줄까? 

내 다리에 부비부비 해 줄까?



현관문을 열었다.

텅 빈 공기의 허전함이 짖누른다.







산체스가 죽었다.



2007.11.12 ~ 201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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